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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돈과 채권투자…남북 통일되면 얼마나 수익이 날까?
[한상춘의 경제 포커스]
2015년 07월 13일 (월) 기업앤미디어 web@biznmedia.com
북한 채권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때마다 상승세를 보였다. 액면가 1달러당 가격이 가장 높았을 때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 당시 30센트까지 급등한 적이 있었다. 현재 북한 채권 가격은 10센트 내외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투자 대상으로서의 의미는 어떨까?

 

최근 북한 경제는 농업, 광업 등 1차 산업에 좌우되는 '천수답(天水畓·rain fed paddy field)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조건이 좋아 이례적으로 풍작을 기록해 3%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2008년 이후 극심한 가뭄 피해로 마이너스 성장세가 지속됐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기상조건이 호전되면서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으나 1%대의 낮은 성장률에 그치고 있다. 유엔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경제 앞날은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시장경제 도입 등의 획기적인 개혁 조치가 없으면 북한 경제가 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포 정치로 치닫고 있는 김정은 체제도 조만간 붕괴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더 주목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경제사정에 따라 남한과의 관계를 모색할 때 전통적인 게임 이론의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lemma)’를 가장 잘 활용한다. 다른 참가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최대 이익이 되는 경우의 수를 선택하면 최악의 게임 결과를 낳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다.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외신을 중심으로 이 게임 법칙으로 남북 관계를 진단하고 전망하는 시각이 느는 추세다.

한국 등 주변국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시소게임을 벌이듯 계속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외줄타기 전략으로 지금까지 국제, 남한, 북한시장에 미친 영향을 본다면 당사국인 북한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 고립화 심화로 북한 돈 휴지수준 전략
북한 사태에 따라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뚜렷하게 심해지는 것도 아니다. 달러평가지수는 ‘90’대에서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미국 국채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세계 금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인도의 수입억제책 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 밑으로 폭락했다. 남한 금융시장은 영향을 받고 있긴 하지만 ‘공포 정치’라 불리울 만큼 김정은 체제의 심각성에 비해 그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 경제의 해외시각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는 올해 6월 들어 메르스 등 한국내 돌발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저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사정은 다르다. 이미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각종 국제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남북한 간의 관계 진전이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형성됐던 북한채권 거래도 실종됐고, 가격도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할 수준까지 떨어졌다. 북한 돈인 원화 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북한 원의 환율은 달러당 100원이지만 암시장(black market)에서는 8000원선 밑에서 거래된다. 100원에 환전한 1달러를 암 시장에 내다 팔 경우 최소한 8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식시장 접근이 가능한 북한의 권력층들이 엄청난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요즘 북한의 외환시장이다.

공식적인 환율과의 괴리를 더 벌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암 시장에 유입되는 외화(미국 달러화)를 차단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을 포함한 대외무역과 외국인 관광, 심지어는 개성공단을 차단하는 것을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런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만간 북한 원화는 10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늘고 있다. 북한이 외화공급을 차단해 나가면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조달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나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한 최소 외화가득액은 1년에 50억 달러는 돼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부분 김정은의 비자금 성격을 띠고 있는 북한의 검은 돈은 조세피난처에 숨겨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이 지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 가입 길도 막혀 외화 가뭄 극심
북한의 역사는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조달의 험난한 시기다. 서방에 대해 ‘디폴트(default국가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1970년대 중반 이전에는 북한이 자체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외화를 조달했다. 그 후 거래되는 북한채권은 1970년대 중반 이전에 발행했거나, 상환불능 처리된 북한 채무를 바탕으로 BNP 파리바 등이 발행한 세컨더리 채권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는 북한의 외화조달은 구소련 등 동맹국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이른바 냉전 시대에 구소련은 공산주의 체제 결속을 위해 북한에 외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이 시기에 북한도 시베리아 지역 등에 벌목공 파견 등이 왕성하게 이뤄졌다. 냉전 시대가 종식된 이후 1990년대 북한의 외화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궁여지책 속에 고안해 낸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 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길이다. 이들 기구에 가입할 경우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느냐와 상관없이 인류 공영 차원에서 지원되는 ‘저개발국의 성장촉진을 위한 외화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최대 의결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0년대 들어서 북한의 외화조달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는 외화 가득원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위조 100달러 미화인 슈퍼 노트 발행, 마약 밀거래 등은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아졌다. 심지어는 ‘베이징 컨선서스’의 일환으로 해외자원 확보를 통해 세를 확장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맞물려 북한이 부존자원을 매각해 외화를 조달했다.

결국 이런 사태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고, 어느 순간에 남한을 포함해 서방에 유연한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계속해서 제기돼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시점에 출범했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 남한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평가받고 있다.

김정은 공포정치와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등을 계기로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남북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마커스 놀랜드(M. Nolland)에 따르면 예상되는 두 가지 통일 시나리오는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점진적 통합'과 ‘계획되지 않은 급작스러운 통합'이다. 이 중 화해협력정책(engagement policy)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점진적 통합의 효용성은 북한의 정책과 제도적 기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남한의 경제적 관점에서는 생산물시장(product markets)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 반면 요소시장(factor markets)에 미칠 영향은 잠정적으로 크기 때문에 통일이 야기할 정치경제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 투자에 전 재산을 걸겠다”…다른 사람이 아니고 상품투자의 귀재라 하는 짐 로저스가 한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미쳤다’할 정도로 로저스의 북한 사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계속해 왔다. 북한 투자를 권유한다면 북한 경제가 좋고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인가부터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요인은 아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면 북한 투자를 왜 하라는 것인가는 추천하는 투자대상을 보면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크게 북한 돈과 채권으로, 짐 로저스의 경우 싱가포르 국제화폐박람회 등에서 북한 돈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인들도 암 시장(black market)을 통해 북한 돈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그만큼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투자 메리트는 의문부호
북한 돈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것은 화폐교환비율 때문이다. 독일의 예처럼 약세국인 동독이 강세국인 서독에 흡수 통일될 경우 화폐교환비율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동독의 화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동서독 통합 때 동독 화폐는 현실 가치보다 높은 ‘1(서독)=1.8(동독)’으로 교환토록 합의했다.

동서독 통합의 전례를 그대로 남북한에 적용해 보자. 현재 남한 화폐는 달러당 1100원 내외에서, 북한 화폐는 암시장에서 8000원에 거래된다. 남북 통일 후 화폐교환비율이 ‘1(남한):7.27(북한)’보다 낮게(예 1:3) 설정하면 현 시점에 북한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익을 보게 된다. 동서독처럼 ‘1=1.8’로 설정된다면 400% 이상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북한 채권투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 채권은 1970년대 후반 서방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이전에 발행했던 것과 디폴트 선언 이후 북한 채권 유동화 목적으로 서방은행이 재발행한 것으로 구분된다. 투자목적은 북한이 변제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보다 남북한 통일 때 찾아올 수 있는 이익 때문이다. 독일도 동서독 통합 이전의 동독 정부의 채무를 통일 독일 정부의 채무로 간주한 전례가 있다.

북한 채권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때마다 북한 채권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액면가 1달러당 가격이 가장 높았을 때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 당시 30센트까지 급등한 적이 있었다. 현재 북한 채권 가격은 10센트 내외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김정일 체제에서는 4센트까지 추락했다. 친인척과 권력층에 대한 숙청이 잇따르는 속에 북한 채권이 거래되고 가격이 오르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가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채권에 투자할 때 수익을 따져보면 액면가 1달러 북한 채권을 현재가 10센트로 사서 앞으로 통일이 돼 통일 한국이 북한의 채무를 떠안아 액면가대로 변제한다면 900% 수익이 난다. 북한 채권의 잔액을 감안하면 액면가대로 변제하더라도 통일 한국의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변제한 전례가 없다. 북한 채권 투자자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채권 투자자와 통일 한국이 공동 분담해 ‘헤어 컷(손실분담)’ 비율을 50%로 설정한다면 수익률은 200%로 줄어든다.

북한 채권은 특수채만 취급하는 영국 금융중개회사인 이그조틱스에서 구입할 수 있다. 북한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을 평가받지 못한다. 짐 로저스 등이 북한 돈과 채권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남북한이 언제 통일이 될지 모른다.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남북 화폐 간 교환비율이나 북한 채권에 대한 헤어 컷 비율 등이 어떻게 결정될지도 불확실하다. 재테크 생명은 같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기간이 짧아야 하고 수익이 확실해야 한다. 일반인에게는 권유하지 않는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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