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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계경기 전망
2016년 01월 11일 (월) 기업앤미디어 web@biznmedia.com
지난 2015년은 어느 해보다 변화가 많았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 중국 증시 폭락, 국제유가 급락, 좌파에서 우파로의 회귀, IS(이슬람국가연합) 테러, 유럽 분리 독립과 회원국 탈퇴 움직임…. 2016년은 길고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소망과 함께 새해 세계경기와 금융시장을 전망해 본다.

 2016년은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대전환의 실질적인 원년이다. 금리인상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늦어지면 질수록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출구전략의 첫 걸음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신흥국의 출구전략도 잇따른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외국자금이 많이 유입됐던 브릭스(BRICs)는 대규모 자금이탈이 예상된다.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 제2의 아세안, 동유럽, 아프리카 국가는 자금유입이 적었던 만큼 자금이탈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투자 관점에서 이들 국가는 유망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전환’과 ‘대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예측이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예측기관의 전망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참고지표를 잘 설정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각종 예측서 표지에 실린 정상의 얼굴 표정으로 경기와 주가, 환율을 내다보는 ‘예측 속 예측(forecasting in forecasting)' 기법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각종 예측서에서 2016년에 가장 비중있게 다룬 정상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다, 하지만 표정은 밝지 못하다. 유로 경기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여전히 많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라 등 회원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리 독립 운동으로 유럽통합도 험난하다. 가장 심리를 건드리는 것이 유로화 가치가 ‘1유로=1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등가수준은 유로화 출범 당시 11개 회원국과 미국과의 경제규모가 같다는데서 설정됐던 출발선이다.

회원국이 19개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하나의 유럽구상’이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추진해 왔던 유럽통합의 실질적인 퇴보를 의미한다. 메르켈 총리와 같은 운명을 걸아야 할 영국의 캐머런 총리와 프랑스 울랑도 대통령의 표정은 더 어둡다. 두 국가가 당면한 유럽연합(EU) 탈퇴, 파리 테러 문제가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밀려드는 난민 등으로 자국 국민의 유럽통합 탈퇴 요구가 강한 것도 두 정상을 힘들게 하는 대목이다.

   
 

주요국 정상 표정으로 본 새해 전망 ‘우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표정도 가장 우울하다. 1년 남짓 남은 재임기간에 내부적으로는 총기규제, 빈부격차, 인종차별 등 당장 손봐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나라 밖으로는 이슬람연합(IS) 테러, 남중국해 인공섬 분쟁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메르켈 총리 좌측에서 편안하게 짓고 있는 웃음은 권력이동이 어디로 갈지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오른쪽에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7년 만에 대전환인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하지 못해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가장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상은 중국의 시진평 국가 주석이다. 2021년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13.5 계획의 추진 첫 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법치주의를 확립해 오염된 경제시스템을 청소하고 일할 만큼 돌아가는 ‘사오강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신개발은행(NDB)도 출발한다.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첫 해부터 성과를 내야 주도권이 더 강화될 수 있다. 2016년 10월 1일부터는 위안화의 SDR(특별인출권) 편입이 발효된다. 달러화에 버금갈 수 있는 중심통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시진평의 야망인 만큼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다.

2014년에 빠졌던 일본의 아베 총리는 구석이긴 하지만 표지인물로 등장했다. 2018년까지 임기가 보장돼 겉으로는 웃고 있다. 하지만 추진 3년째를 맞는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속은 편치 않는 표정이다. 중의원을 조기 해산해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엔화 가치 향방도 알 수 없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엔화 약세 요인이된다. 하지만 엔화는 배리 아이켄그린 UC 버클리대 교수가 주장하는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the safe haven)'에 걸려 있다.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종전에도 일본은 경기가 침체되면 오히려 엔화 가치가 강세가 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014년에 끼었던 검은 선글라스는 벗었다. IS 테러 응징 등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신뢰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루블화 위기‘에 몰렸던 경제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가 급락 등으로 순식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표정이다.

가장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정상은 인도의 모디 총리다. 출범 2년 동안 자국 국민뿐만 니라 대외적으로 강한 기대와 인상을 줘왔다. 돈과 사람, 기업이 모두 인도로 몰려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야당 반발 등의 변수가 있지만 상품서비스제(GST) 도입 등을 통해 인도 개혁의 최대 장애인 복잡한 조세행정을 손질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표정이 가장 어두운 신흥국 정상은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이다.

아르헨티나, 베네주엘라 선거에서 좌파가 잇달아 패배하면서 우파 물결이 거세다. 정쟁이 거세게 확산됨에 따라 헤알화 위기에 몰리고 있다. 올림픽 개최도 불투명하다. ‘탄핵’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각종 예측서 표지인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빠졌다.

   
 


원자재 가격 마지노선 위협... 충격파 확산
2016년에 국제원자재 시장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광물성, 비광물성 가릴 것 없이 1999년 이후 원자재 가격은 같은 운명(커플링)을 걸어왔다. ‘상승’과 ‘하락’으로 세분하면 2011년까지는 ‘슈퍼 업 싸이클’, 2012년 이후에는 ‘슈퍼 다운 싸이클’로 구별된다.

앞으로는 광물성은 ‘하락’, 비광물성은 ‘상승’ 국면으로 서로 다른 길(디커플링)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커플링 현상과 함께 하락세가 지속될 광물성 원자재 가격에서 예의주시해서 바라봐야 할 것은 ‘과연 파이널 드로(final draw)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파이널 드루란 치열한 전투에서 뚫리면 곧바로 패전과 직결되는 최후 방어선으로, 재테크 시장에서는 ’마지노선 붕괴‘를 말한다.

유가는 이미 배럴당 40달러가 붕괴됐다. 150달러에 육박했던 때와 비교하면 무려 70% 넘게 급락한 수준이다. 지구온난화 방지 차원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 중국 경기둔화 등을 감안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이 많다. 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예상치도 눈에 띤다. 국제유가 급락은 이미 많은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브라질 등 원유 수출국은 경제위기에 몰린지 오래됐다. 베네수엘라 등 일부 OPEC 회원국은 고유가 시대에 쌓아놓은 외화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브릭스’란 용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각국 거시경제에 ‘D’ 공포를 몰고 와 종전 경제이론과 통화정책의 뿌리를 흔들어놓고 있다.

금값도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예측기관이 지배적이다. 달러 가치와 금값 간 상관계수는 -0.7에 달할 정도로 금융위기 이후 대체성이 더 높아졌다.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자산 범위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금 수요는 더 줄어들면서 추가 금값 하락이 예상된다. 금값이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미국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질 무렵 금본위제 도입을 겨냥해 크게 늘렸던 각국 금 보유분의 평가손이 의외로 클 수 있다. 골드 뱅킹(금을 이용해 돈을 버는 재테크로 ‘유럽식’과 ‘미국식’으로 나뉨) 차원에서 금을 가장 선호해 왔던 우리 국민도 커다란 손실이 우려된다. 은값도 온스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은값은 14달러대까지 떨어져 금융위기 이후 50달러에 육박했던 때와 비교하면 70% 이상 폭락했다. 은과 관련된 각종 금융상품(DLS)도 ‘손실 구간(knock-in)’에 들어섰다. 시장에 적체물량이 워낙 많아 당분간 은값이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하는 기관이 많다. 이색적인 것은 은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 중의 하나로 젊은 연인 사이에 변하는 커플반지 풍속도를 꼽고 있는 점이다.

금값이 강세를 보일 때 급증했던 은 커플반지 대체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연인 간 애정도 가격이 따라야 한다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는 풍조로 이해돼 뒷맛이 개운치 않다.

금리, 통화정책에도 또 하나의 험난한 길 시작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양대 축으로 같은 길을 걸어 왔다. ‘위대한 수렴(GC·Great Convergence)’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길을 걷는다. ECB는 추가로 금융을 완화하는 대신 Fed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위대한 발산(GD·Divergence)’이다. ‘GC’와 ‘GD’는 세계화 논쟁에서 비롯됐다. 전자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격차가 줄어든다고 파이낸셜 타임즈의 마틴 울프가 주장했다. 후자는 오히려 그 격차가 벌어진다고 캐네스 포메란츠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가 반박했다. Fed와 ECB의 위상이 큰 만큼 앞으로 달리 가야 할 통화정책에 ‘GD’가 붙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GD’는 벌써 시작됐다. 2015년 12월에 열렸던 ECB 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책을 내놓았다.

예금금리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고 양적완화 시한을 2017년 3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가 금융완화책을 보완하겠다는 의사도 빼놓지 않았다. Fed는 금리인상 국면에 들어갔다. 2014년 10월말 양적완화(QE) 종료에 이어 두 번째 출구전략 조치다.

출구전략이란 금융위기로 흐트러졌던 비정상 국면을 정상 국면으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푸는 것’보다 ‘회수하는 것’이 더 어려운 통화정책 관행을 감안하면 또 하나의 험난한 길이 시작되는 셈이다.미국과 유럽은 실물경제 여건 면에서 격차가 크지 않는 한 동일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하기 위한 묵시적인 합의 때문이다. Fed와 ECB가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은 1994년 이후 21년 만에, 1999년 ECB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GD가 일어났던 1994년 이후 상황을 보면 독일 분데스방크는 금리를 5%에서 4.5%로 내렸다. 같은 시점에 Fed는 3.75%에서 4.25%로 인상한 이후 1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 안에 6%까지 올렸다. 1995년 4월에는 일본경제를 살리기 위해 엔저·달러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역플라자 합의’도 도출됐다.

미국 경제도 견실했다. 빌 클린턴 정부 출범 이후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이 주력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신경제 신화’를 낳았다. 경제 위상도 높았다. 그 결과 ‘외자 유입->자산가격 상승->부(富)의 효과->추가 성장’ 간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됐다.

   
 

격변기 예상... 한국은 ‘중용의 지혜’ 발휘할 때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이탈에 시달렸다.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신흥국 위기가 발생(‘그린스펀 쇼크’라 부른다)했다. 미국도 슈퍼 달러의 부작용을 버티지 못하고 2000년 이후에는 ‘IT 버블붕괴’라는 위기상황을 맞았다.

2015년 내내 반드시 가야 할 금리인상을 놓고 재닛 옐런 Fed 의장이 고민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21년 전과 달리 실물경제 여건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GD로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된다면 경기가 언제든지 침체국면에 재추락할 위험이 높다. 현실화된다면 ‘제2의 에클스 실수’에 해당하는 ‘옐런의 실수‘다. 신흥국도 마찬가지다. 2008년 이후 미국, 유럽으로 이어지는 선진국 위기와 2012년 이후 국제원자재 가격의 슈퍼 사이클 국면이 종료되면서 경기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1990년대 중반보다 못한 펀더멘털 여건에서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자금이탈까지 겹칠 경우 원자재 수출국을 필두로 위기 재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 여건에서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될 경우 미국과 신흥국 모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 있다. Fed는 최악의 결과(pay-off)를 낳을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이후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될 수 있는 GD가 나타나지 않도록 보완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조합이 예상된다. 하나는 금리인상 이후 달러 강세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인상속도를 완만하게 가져갈 것이라는 의사를 피력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금리인상을 계기로 시장금리가 급등(‘옐런 수수께끼’라 부른다)할 경우 장기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추진해 GD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경우다.

한국은 1994년 이후 상황과 다르다. 당시에는 대규모 경상적자가 외환위기로 치달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0원선까지 급등했다. 지금은 경상흑자(GDP대비)가 세계 1, 2위를 다툰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슈퍼 달러를 겨냥해 달러 사재기 열풍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열풍이 불면 투자자는 반드시 덴다”. 중용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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