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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반대하는 브랜드”
화려한 미사여구 보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
2016년 04월 07일 (목) 기업앤미디어 web@biznmedia.com

 

브랜드메이저는 1994년 설립된 브랜드 전문 컨설팅사이다. 올레, 래미안, KTX, 싸이언, CU(씨유), 청정원 등 유수의 브랜드 개발에 이 회사의 손길이 닿았다. ‘히트상품을 만드는 브랜딩 트렌드 인 브랜딩’ 등의 마케팅 전문 서적을 발간했으며, 브랜드 전략 수립과 브랜드 네임 및 슬로건 개발, 브랜드 디자인 개발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브랜드메이저의 전준석 대리로부터 브랜드 이야기를 들어 본다.

 

   
 

이제 브랜드는 재미없어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 회사에 도착하기까지, 브랜드 로고를 단 한번이라도 보지 않을 확률은 0에 가까울 것이다. 만약 대형할인점에 한번 간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하루에 본 브랜드는 1000개는 가볍게 넘어간다. 비슷한 제품이지만 더 차별적인 가치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가, 눈을 한번 돌리면 시야에 2~3개는 보이는 흔한 것이 된 것이다. 바야흐로 브랜드의 시대이고, 이제 우리는 브랜드가 지겹다.

브랜드는 사회적,윤리적으로도 공격받는다

   
 

캐나다의 사회운동가 나오미클라인의“NO LOGO”라는 책은 Anti-brand 운동의 대표적인 책이다. 이 책은 사회적, 윤리적 측면에서 브랜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대표적으로는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No Space : 브랜드의 마케팅에 문화와 교육이 포위되어, 브랜드에서 벗어나는 공간이 사라진다. 광고가 없는 공간이 없어지며, 아이와 청소년들은 학교에서도 광고에 노출된다. 모든 문화 & 스포츠 행사는 기업 스폰서에 종속된다.

No choice :브랜드의 독과점 현상에 의해 대중적인 물건 이외의 물건은 대중에게 나설 기회 자체가 사라지며, 고객은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이는 월마트 같은 유통 업계 뿐만 아니라, 미디어 재벌이 된 디즈니, 특허권 남용으로 후발주자를 막는 하이테크 디바이스 업계에도 통용된다.

No Jobs :제품의 퀄리티 보다 제품의 브랜드가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아웃소싱이 늘어나고, “McJob”이라 불리는 전망 없는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게 한다. 이는 이름 그대로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일어나기도, 글로벌 유명 의류브랜드를 만드는 동남아의 공장에서도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브랜드 관점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기업활동의 사회적 이슈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반대의 의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나, 대중이 브랜드에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유명 브랜드의 외투가 50만원 더 비싸면서 품질은 더 엉망이라고 느낄 때,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직전에 억지로 스폰서브랜드 광고를 봐야 할 때, 매번 놀랍고 새로운 전자제품을 내놓던 브랜드들이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비슷한 기기만 내놓을 때, 고객은 브랜드를 점점 미워하게 된다.

   
 

영국에서는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모든 담배 브랜드의 상표 이미지를 삭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영국 보건장관은 이런 시도가 어린이들이 담배를 배우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배 브랜드가 주는 “자유로운 어른”이 된 듯한 감성적 가치를 제거하여, “쿨하고 멋진 어른”처럼 보이고자 하는 아이들이 흡연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즉, 담배의 브랜드요소를 삭제하여, 담배를 “멋진 어른의 물건”에서 “흉측한 사진이 붙어있는 연기나는 물건”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요즘은 정부차원에서도 브랜드의 기능과 문제점을 이해하고 판단하여 정책을 세운다. 브랜드가 주는 “감성적 가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것이다. 마치 대중이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뭔지 모르지만 멋있고 대단해!” 라는 시각으로 바라봤지만, 지금은 내장 카메라가 무엇인지, 프로세서의 성능은 얼마인지, 화면 패널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비평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브랜드”가 주는 감성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사라진 것이다. 브랜드가 치는 “뻥”을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도 높아지고, 해당 브랜드의 실체를 구글에 검색 한번만 하면 알아볼 수 있는 데다가, 브랜드가 주는 감성적인 가치, 판타지적 요소를 혐오하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제 브랜드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브랜드가 가진 한계나 문제점을 뛰어 넘으려는 시도는 여러가지가 있다. 앞에 소개한 “브랜드 반대 운동”이 문제에 대한 공격적이고 진보적인 접근이라면, 여기서 소개할 브랜드는 메시지상으로 자신들이 브랜드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통속적인 브랜드의 부정적인 요소를 해결하려 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NO BRAND가 없앴다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2015년 봄에 출시된 이마트의PB 브랜드 “No brand”는 “브랜드는 없애고 가격은 낮추고”라는 핵심 메시지를 사용한다. 여기서 “브랜드를 없애고” 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각 제품의 개성이 없이 노란 패키지 만으로 통일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각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나 감성적 가치가 사라진 “매우 기본만 구비된 공산품”이 된다는 의미 이기도 하다. 브랜드가 가진 허위-즉 불필요한 가격 거품이 사라진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항상 매력적인 제안이니 제쳐 놓고서라도, 제품의 기능, 메시지, 디자인에서 특별한 점 없이 “몰개성화”되는 것을 왜 주요한 메시지로 내세웠을까?

NO BRAND는 편하다.내가 주부9단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물티슈는 집에 꼭 있어야 하는 물건이고, 청소 세제도 떨어지면 안되는 물건이다. 아이 있는 집에는 기저귀가, 혼자 사는 집에는 즉석밥이 그러하다. “있을 땐 티 나지 않지만 없으면 난리나는” 류의 물건을 구매할 때는, 좋은 물건을 사고자 하는 욕구보다 적당한 퀄리티, 싼 가격에 빨리빨리 채워 넣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다. 이런 제품에서까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맞는지 정보를 찾는 것은 매우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NO BRAND의 “몰개성함”이 단점에서 장점으로 탈바꿈 된다. 우리는 브랜드니 뭐니 아무 고민할 필요 없이 카트에 빨리빨리 담아버릴 물건이 필요하다. 즉, 이마트의NO BRAND는 브랜드의 불필요해 보이는 가격 거품 외에도 브랜드의 메시지 공해라는 약점을 공격했다. 노란색에 까만 글자만 기억하면, 쇼핑의 절반은 머리를 쓰지 않고 해결할 수 있으니까.

   
 

MUJI는 왜 불황시기에 성장했을까
無印良品(무지루시료힌.줄여서MUJI라읽는다).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의미 그대로, MUJI의 제품에는 브랜드를 표현하는 로고가 그 어디에도 붙어있지 않다. 1980년 일본의 슈퍼마켓체인 “세이유”의 PB 브랜드로 시작한 MUJI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샵이고, 일본의 장기적인 경제 침체인 잃어버린 10년 동안에 지속 성장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성장의 이유는 일본의 선불교스타일의 심플하고 정갈한 디자인이나 낮은 가격도 있지만, 일본에“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적 불황이 도래하게 되면서 브랜드 선호, 과시적 욕구가 강했던 호황기 일본의소비자 인식이 반대 방향(내실,소박함,단순하고 정돈된)으로 돌아섰다는 점이 주효했다. MUJI의 “상표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메시지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MUJI의 “브랜드 없음”이완벽한 브랜드를 만든다
고객은 자신의 집을MUJI의 매장처럼자신의 공간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MUJI가 “브랜드 없음”을 통해 전달하는 심플함, 정적임,과도하지 않고 소박한 가치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가 가지는 전형적인 기능으로, 고객이 선호하고 열광하는 브랜드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똑같다. MUJI는 브랜드 없음을 통해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브랜드없는 방을 만든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고 이미 샀던 물건들을 모두 치워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MUJI는 하나의 통일된 브랜드 하에서 여러가지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아이템을 계속 확장하는 전형적인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확장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점이 있다면, MUJI의 모든 아이템을 구매하여 자신의 방을 만들어도고객은 그곳을 자신만의 방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로고 없음, 심플함, 과도하지 않고 특별하지 않은 디자인 덕분에 MUJI의 아이템은 주인공의 자리에 서지 않는다. “사용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브랜드” 가 아닌, “배경에 머무르며 사용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브랜드” 인 것이다.

   
 

브랜드이기를 거부하는 브랜드가 성공하는 이유
이러한 “브랜드를 반대하는 브랜드” 가 성공하는 이면에는 대중의 브랜드에 대한 반감, 불신, 피로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한다. “이름값”받아먹는 브랜드, 이름을 읽어주기도 귀찮은 무의미한 차이를 가진 브랜드에 대한 반감이 이러한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브랜드에 대한 반감에 더해서, 위에서 설명한 두가지 브랜드는 가격, 정적이고 나서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 등으로 고객에게 확실한 가치를 전달한다. 고객은 무언가에 지겹다는 이유 만으로 다른 물건을 아무거나 선택하지는 않는다.

“브랜드를 반대하는 브랜드”가 브랜드 무용론, 브랜드 반대 운동의 해답일 수는 없다. 가치를 낮게 평가하자면 NO BRAND는 롯데마트의 “통큰”시리즈에 대한 세련된 대응일 뿐이고, MUJI는 로고만 없지 일반적인 브랜드가 하는 전형적인 브랜딩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류의 브랜드는 두개, 세개가 나올 수 없는 태생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NO BRAND, NOT BRAND컨셉이 난립한다면 그것만큼 이상한 것이 있을까?) 그렇기에 이는 브랜드의 전형성을 꼬집는 마이너하고 소수의 브랜드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모든 브랜드 관리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시대는 점점 직관적이고, 진실되며, 화려한 미사여구 보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심플하게(심지어는 로고나 메시지도 없이) 전달하는 브랜딩을 원하고 있다. “브랜드를 반대하는 브랜드”는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대한 특별하고 재치 있는, 소수만이 할 수 있는 익살스러운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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