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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세계경제와 증시에는 어떤 영향?
[한상춘의 경제 포커스]
2016년 10월 07일 (금) 기업앤미디어 web@biznmedia.com
영국이 ‘브렉시트(Brexit=Britain+Exit)’를 선택했다. 이유는 한 마디로 좀비 유럽연합(EU) 이다. 회원국이 경기 침체, 난민, 테러 등에 시달리고 있으나 해결책은 고사하고 대응조차 신속하게 못해 왔기 때문이다. ‘NATO(No Action Talk Only·공약만 하고 행동은 없다)’를 일삼는 정치인을 비롯한 기득권층에 대한 환멸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예상 밖의 브렉시트가 세계경제와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설마’했던 ‘브렉시트(Brexit=Britain+E xit)’가 현실로 다가왔다. 사전 여론조사, 도박 사이트, 시장 모두 ‘잔류’ 가능성을 높게 봤던 만큼 전형적인 ‘팻 테일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다. 팻 테일 리스크란 정규분포 상 양쪽 꼬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능성이 적으나 한번 발생하면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는 위험을 말한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 마디로 좀비 유럽연합(EU) 때문이다. 회원국이 경기 침체, 난민, 테러 등에 시달리고 있으나 속 시원한 해결책은 고사하고 대응조차 신속하게 못해 왔기 때문이다.

어느 회원국 국민보다 ‘위대한 고립(great isolation)’에 대한 향수병에 젖여 있는 영국 국민에게 EU에 대한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NATO(No Action Talk Only·공약만 하고 행동은 없다)’을 일삼는 정치인을 비롯한 기득권층에 대한 환멸도 한 몫 했다.

올 들어 치러졌던 각종 선거에서 나타난 뚜렷한 특징은 ‘일단 바꿔보자’ 심리가 확산되면서 정치경험이 없거나 소외 소수세력인 ‘아웃사이더’의 활동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필리핀 대선에서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등이 대표적이다.

브렉시트 선택으로 EU 앞날이 불투명하다. 최악의 사나리오를 상정한다면 회원국 탈퇴 도미노, 즉 ‘포스트 영국’ 문제다. 다른 회원국도 국수주의 움직임이 강하다. EU 상징국인 영국이 ‘탈퇴’를 선택한 것을 계기로 탈퇴 여론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영국 경제권에 속해 있는 회원국은 벌써부터 이 조짐이 일고 있다.

   
 

회원국 내 분리 독립 운동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끝나자마자 세계인의 이목이 곧바로 스코틀랜드로 몰리고 있다. 2014년 선거에서 ‘잔류’ 쪽으로 어렵게 봉합해 놓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카탈루나와 바스크,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와 근접한 동부 등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고 분리 독립 운동마저 일어난다면 EU는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B-EU(Britain+EU)’ 논의 급진전 예상
하지만 당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EU는 회원국이 가입 때처럼 탈퇴규정(EU 규정 50조)을 엄격하게 정해 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탈퇴한 회원국이 없어 탈퇴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는데 참고가 될 만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 등과 탈퇴협상을 거쳐 영국이 실제로 EU를 떠나는데 최소한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도 탈퇴협상에 임하려면 사전에 준비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때까지 영국은 EU 회원국이다. 상황은 언제든지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계기로 EU가 갖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제3의 방안’에 대한 논의도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탈퇴’를 선택한 영국 국민도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상황에 대해 불안감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이 EU와 완전히 결별하기에는 부담도 크다.

‘로빈슨 크루소식 고립주의’는 영국 경제가 망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제3의 방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브렉시트’ 대안으로 검토해온 ’B-EU(Britain+EU)'이다. ‘B-EU’는 외형상으로 영국(영국 탈퇴시 남아있는 회원국)을 EU에 잔존시키면서 난민, 테러 등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해결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때 회원국은 EU의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국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 ’탈퇴‘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B-EU’와 같은 제3의 방안이 도출된다면 영국 경제권에 속한 북유럽 3개국과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과 같은 국수주의 움직임이 거센 회원국이 이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독일이 ‘G-EU(Germany+EU)’를 선택한다면 유로존에 이어 EU 차원에서도 ‘이원적인 운용체계'가 공식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적인 운용체계는 유로화가 도입위기 이전에 운영됐던 ‘유럽조정메커니즘(ERM·European Realignment Mechani sm)’과 원리는 동일하다.

독일 등과 같이 경제여건이 좋은 회원국(Good Apples)은 EU 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그리스 등과 같은 나쁜 회원국(Bad Apples)은 테러, 난민 등과 같은 민감 사안에 자율권을 주는 방식이다. 유로존의 기본골격도 보완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경제통합(EEU)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통화통합과 재정통합이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주무부서로 유럽중앙은행(ECB)과 가칭 ‘유럽재정안정기구(EFSM·European Fiscal Stabilization Mechanism)’, 상징물로 유로화와 유로본드 간 ‘이원적 매트릭스' 체제를 갖춰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피해 예상되는 국가는 일본
세계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브렉시트 파장을 점검할 때 잘못된 선입견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EU가 최선책이냐 하는 점이다. 최선택이 아니라면 브렉스트 파장이 과대 해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U는 경기침체, 난민, 테러 등에 무기력증을 보임에 따라 브렉시트 찬성결과를 나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오히려 영국이 EU의 공동규제 구속과 분담금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경우 경제가 더 나아질 소지도 많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불가피하다. 모두가 ‘잔류’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만큼 ‘탈퇴’ 우려에 따른 ‘심리 효과’와 ‘네트워킹 효과’로 단기 충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자산은 ‘프래쉬 크래쉬(flash crash·순간 폭락)’, 안전자산은 체리 피킹(cherry picking·균형가격 수렴) 차원의 급반등이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단기 충격기간이 얼마나 지속되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생 여부다. ‘잔류’를 희망했던 영국 국민을 중심으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로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증거금 부족현상인 ‘마진 콜’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영국 이외 국가에 투자했던 자산이 회수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커다란 혼란이 예상된다.

브렉시트 선거과정에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유동성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뒀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에 투자한 자산도 미국보다 훨씬 작다. 레버리지 비율 등에 대한 규제도 비교적 엄격하게 통제되고 통화스와프 등을 통한 제2선 자금도 많이 확보돼 있다.

마진 콜에 따른 디레버리지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은 적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탈퇴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달리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가 통과됐다 하더라도 당장 영국이 EU에 탈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별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는 일본이다.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선택 이후 안전자산의 선호경향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엔화 강세가 재현되면 ‘엔고 저주(베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 주장·경기침체→엔화 강세→수출부진→경기 재침체)’라는 일본 경제 고질병이 다시 돋을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 발생하면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아베노믹스(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해 일본경제를 살리는 극약처방)의 근간이 무너진다.

각국 통화정책도 완화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하게 양적완화 종료, 금리인상에 나섰던 미국의 출구전략 추진도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올해 안에 미국의 추가 금리임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도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패닉’ 국면으로 몰고 갈 가능성은 적다. 최대 악재로 꼽았던 미국 추가 금리인상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미국 출구전략 추진 상당기간 지연될 듯
국내 증시도 영국 금융사의 유동성 부족으로 마진 콜에 디베러리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외국자금의 대규모 이탈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에서도 슈퍼 달러시대 도래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일부 기관은 브렉시트 투표 직후 1500원 돌파 예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난 1년간 달러 투자자 수익률은 5%에 불과하고 엔화 투자자는 30%에 달한다. 브렉시트 통과에 따른 안전통화로 달러보다 엔화가 더 선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 간 자금흐름은 대부분 캐리 트레이드다. 캐리 트레이드는 증권브로커가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의 투자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라 부른다. 차입한 통화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와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구별된다. 이론적 근거는 환율을 감안한 국제간 ‘자금이동설(m=rd-(re+e), m: 자금유입규모, rd: 투자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대상국이 수익률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으면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차입해 투자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캐리 트레이드는 반드시 레버리지(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금액 비율) 투자와 결부된다는 점이다. 어떤 국가에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될 때마다 레버리지 투자로 자금이 증폭돼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자산거품이 쉽게 발생하고 투자대상국의 경제를 어렵게 한다. 반대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이탈되면 디레버리지 현상까지 겹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신용경색(credit crunch)이 일어나고 투자대상국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한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국가채무 불이행),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부터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당시 일본경제의 장기침체와 선진국간의 달러가치 부양을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 이후 ‘제로’ 수준에 가까운 일본 금리와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국내기업들이 엔화 자금을 많이 활용했다.

지금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국내기업들의 엔화 차입자금이 상당한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증시도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유입돼 주가가 크게 올랐다.

원·엔 환율 상승으로 수출 반등 가능성
2001년 이후에는 국내증시를 중심으로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미국의 금리인하를 계기로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화 자금의 차입금리가 국내투자 수익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대가 지속됐다. 정도 차가 있지만 2009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도 동일한 현상이 반복됐다. 올해 하반기 이후 자금원천별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 여건을 예상해 보면 상반기보다 개선(유입)될 소지가 많다.

달러계 자금은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폭이 낮아지면 포지티브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더 충족된다. 과열된 미국 국채시장에서 ‘프래쉬 크래쉬(flash crash·순간 폭락)’ 현상이 나타나면 의외로 많이 유입될 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엔화와 유럽의 유로 자금은 포지티브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브렉시트 투표 이후 최대 피해국인 일본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설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와다나베 부인(엔 캐리 자금주도 세력)의 활동이 눈에 띠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중동계 자금은 들어오기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 세계경기 둔화, 파리 기후 신협약 등에 따른 화석연료 규제 등으로 원유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 유가가 50달러 이상 상승하면 세일가스 등 대체에너지 공급도 재개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을 겨냥한 중국계 자금의 유입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우리다. 올해 하반기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여건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투자매력이 있어야 실제로 유입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도 어렵다. 브렉시트 투표 직후 투매 자제 등 우리 국민이 성숙한 자세를 보여준 만큼 이제부터는 정치인과 정책당국자가 보여줘야 할 때다. 영국 국민투표 결과로 당장 변화되는 것은 없다.

원·엔을 중심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우리 수출에 숨통이 떠질 가능성이 있다.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엔저로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 등 주력업종 구조조정 추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어려운 것을 더 어렵게 보는 ‘미네르바’ 현상이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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